쓰레기 매립장 또는 소각장, 납골당 또는 묘지, 화장장 등 이런 것을 혐오시설로 꼽는다. 그렇다고 이런 시설이 필요 없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집, 내동네 근처에 들어서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거부 정서다. 사실 이런 시설이 인근에 있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어려운 이 문제가 화제에 오른 끝에 어느 한 분이 귀담아 들어 둘만한 말을 했다. “왜 우리나라는 혐오시설을 혐오시설답게 만드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딴은 그렇다. 납골당만해도 우중충한 회색빛 투성이로 짓는다. 혐오시설의 환경친화적 모색이 아쉽다. 예를 든 납골당도 시멘트 일색의 유골 아파트처럼 만들 것이 아니라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미면 보다 나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자기집 정원에 조상 대대의 납골당을 각기 자그마한 사리탑처럼 만들어 두기도 한다.
미국의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은 대개 주변이 공원화 돼있다. 물론 침출수나 다이옥신 파동이 없도록 충분한 대책이 강구됐다. 프랑스 파리엔 시내에 공동묘지가 있다. 공원묘원으로 가꾸어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묘지의 공원화는 동서양에 차이점은 있다. 서양인들은 평토장에 묘비만 세우는데 비해 우리는 봉분을 하기 때문에 공원화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점은 있다. 그러나 어떻든 환경친화적 구상은 해볼만 하다.
우리의 주변에도 환경친화적 혐오시설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연화장 인근에 야외음악당을 비롯한 문화시설 등으로 일종의 문화공원이 형성돼 있다. 그래도 연화장이 있는지 없는지 의식할 수 없다. 혐오의 티가 조금도 안나도록 시설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혐오시설 문제로 지역 주민과 옥신각신하는 예가 많다. 이엔 지역 주민의 인식이 부족한 탓도 없지 않지만 당국에 대한 불신의 영향이 더 크다.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해도 경험에 비추어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 지역 주민의 입장인 것이다.
혐오시설의 환경친화적 소임은 지방행정의 신뢰 회복과 함께 적극 모색되어야 할 당면과제라는 생각을 갖는다. 기초자치단체끼리 서로 필요한 시설을 연대화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만 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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