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합격자도 탈락시키는 수능

지난해에 이은 수능성적 하락으로 수시모집에 예비합격한 수험생들이 대학에 따라 많게는 모집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대학별 수능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해 무더기로 탈락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악이었다는 지난해보다 예비합격자들의 탈락률이 훨씬 더 높아 중상위권 수험생을 중심으로 엄청난 혼란과 후유증이 빚어지게 됐다.

우수학생을 입도선매로 싹쓸이하려는 대학, 당국의 수능난이도 조절 실패, 진학률을 높이려는 일선 고교의 내신 뻥튀기기 관행 등이 맞물려 빚어진 이같은 결과로 그동안 합격을 낙관하고 정시모집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된 것이다.

2학기 수시모집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대학들에 따르면 학생부 성적과 면접만으로 조건부 합격한 수험생 중 11∼65%가 수능등급 미달로 불합격 처리됐다.

한국 외국어대의 경우 수시모집 예비합격자 461명 중 65.3%인 301명이 등급 미달로 탈락했고, 성균관대는 1천200명 중 52.0%인 624명이, 한양대는 125명 중 46%인 57명이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다. 연세대는 조건부 예비합격자 721명중 41.2%에 해당하는 290명이, 서강대는 598명 중 30.27%인 181명이 각각 불합격 처리됐다. 이화여대는 예비합격자 901명 중 41.1%인 370명이 탈락됐다.

수시합격자들이 이같이 무더기로 탈락한 원인은 재수생의 수능 초강세와 고교의 내신 뻥튀기기, 수험생의 학력저하라고 할수 있다. 파행적인 고등학교 교육 탓에 내신이 좋은 학생과 수능을 잘보는 학생이 따로따로인 때문이기도 하다. 자격시험이라는 수능이 여전히 대학합격을 좌우하고 있고, 우수학생을 선점하려는 대학들의 욕심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현행 수시모집은 3학년 교실을 1년 내내 어수선하게 만들고 조건부 합격자를 뒤늦게 눈물나게 하는 등 문제가 많다. 따라서 수시모집은 다양하게 합격자를 뽑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각 대학은 내년 입시에서도 최저등급 등 현행 수시모집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상인원도 오히려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수시모집 예비합격자들의 무더기 탈락과 혼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양한 특기와 적성으로 선발하는 것이 수시모집인데 뒤늦게 수능성적을 이유로 탈락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의 총점누가분포표(전국 석차)와 계열별 평균 등을 공개하여 수능때문에 더 이상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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