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4일 세모의 거리에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했다.전국 73개지역 204곳에 설치된 자선냄비는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사랑의 은종을 울린다.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젊은 구세군 여사관이 춥고 배고픈 난민들에게 따뜻한 스프를 끓여주면서 시작됐다. 그해 12월 가까운 항구에 한척의 난파선이 정박하면서 수백명의 난민이 생겼다. 당시 구세군이 구호활동을 했지만 금방 음식이 바닥나고 돈도 떨어졌다. 여사관은 솥에“이 사랑의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써붙이고 외쳤다. 이때부터 현재 109개국의 추운 거리에 국솥이 걸려 이웃사랑을 끓이고 있는 것이다.
자선냄비는 종교를 초월한다. 목탁을 치며 종일 모금을 한 스님이 자신의 모금함을 열어 모두 자선냄비에 넣기도 했다. 어느 해는 서울의 자선냄비 수십 곳에 고액수표 한장씩 들어 있는 흰 봉투가 있었다.
1928년 이후 일제말 몇년을 제외하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세모의 거리에 나타난 자선냄비는 6·25땐 냄비에 직접 죽을 쑤어 피란민들과 전쟁고아들을 구제했다.
자선냄비의 첫 모금액은 848원67전이었다고 한다. 1984년엔 1억원을 넘겼고 2002년 올해 목표모금액은 20억원이다. 국민경제가 어려울수록 자선냄비의 모금액이 많아지는 것은 참 아름다운 얘기다. 2년간 몰아친 IMF 시절에도 자선냄비는 더 뜨겁게 끓었었다. 하기야 IMF 때 나라빚을 갚으려고 어른들은 집안 장롱 속에 보관했던 금붙이를 내놓고, 어린이들은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온 생각할수록 착한 국민이다.
구세군의 병사(성도)와 사관(목회자)들이 일년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가 연말이라고 한다.올해는 3만여명의 봉사자들이 거리 모금 활동을 벌인다. 하루에 몇시간씩 추위속에서 종을 울려야 하지만 가난한 이웃에게 온정이 전해질 것을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한다. 국민·서울·우리은행 등 시중 9개 금융기관의 전국 지점에서 ‘월 2000원의 사랑’ 자동이체 캠페인을 벌이고 홈페이지(www.salvationarmy.or.kr)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성금을 받는다. 자선냄비에 모아진 성금은 내년 1년동안 이웃돕기에 사용된다.구세군이 울리는 은종소리가 세상을 밝혀주고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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