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중생 2명중 1명은 인기 연예인 팬클럽에 가입했다고 한다. 팬클럽 회원들은 가수들의 앨범 판매순위는 물론 방송국 시청률까지 좌우한다. 이들 가운데 극성팬은 그림자처럼 연예인을 쫓아 다닌다. 밤늦도록 활동하는 소위 ‘스타’를 만나기 위해 집이나 숙소를 지키며 노숙도 예사로 한다. 스타를 쫓아 다니느라 학업도 포기하고 가출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한 여고생은 좋아하는 스타에게 명품을 선물하기 위해 성매매까지 한 사건도 있을 정도다.
팬클럽 회원들은 자신들이 신(神)처럼 여기는 연예인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거나 나쁜 일이 생기면 견디지 못하고 집단행동을 한다. 라이벌 팬클럽에 비방글을 올리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공연장 등에서 함께 마주치면 수시로 욕설을 하거나 몸싸움이 벌어진다. 연예인 기사를 다루는 기자들이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를 쓰면 팬클럽 회원들은 협박메일과 전화를 한다. 면도칼을 동봉하거나 살의에 가득한 편지도 보낸다.팬클럽 회원들끼리 등치는 범죄도 발생한다. 전임 팬클럽 회장이 기념품과 공연티켓을 판매한다면서 팬클럽의 전임 회장이 회원들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례가 있다.
알고보면 팬클럽은 일부 대형 연예기획사와 방송국들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각종 행사에 회원들을 박수부대로 동원하거나 인기순위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획사, 방송사들이 팬클럽 문화를 왜곡시킨다. 물론 팬클럽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순수한 팬클럽들은 오히려 스타덤에 버금가는 팬덤을 형성, 건전한 대중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들이 아끼는 스타의 이미지를 높여준다. 서태지 클럽의 경우 음반사전심의제 폐지, 방송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싸이의 팬클럽 회원들은 싸이가 대마초 흡연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할 때 서울역 광장에 빗자루를 들고 나와 청소를 했다.
팬클럽 회원들은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올바로 지도하면 바른 대중문화 정립은 물론 청소년문화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어떤 팬클럽에 가입했는지 파악, 바른 팬활동을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무관심은 탈선으로 연결된다. 학교와 가정의 책임이 크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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