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직접사과’ 먼저 하라

여중생 사망사건이 가져온 일파만파의 후유증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우리는 순수한 시민단체에 의해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추모 및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요구 시위가 반미기류로 접어 들면서 두가지 점을 우려했다. 하나는 대선과 관련한 정치권의 편승, 또 하나는 북측의 반미감정 조장 책동이다. 대선 후보들은 누구랄 것 없이 자신이 집권하면 당장 SOFA를 개정할 것처럼 큰 소리 친다.

물론 개정은 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권은 미국에 끌려만 다녔으므로, 자신은 대등한 대미외교로 SOFA를 개정한다는 호언장담은 논리의 비약이다. 정부의 그간 대미외교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SOFA 대미접촉만이 대미외교의 전부는 아니다. 국익의 총체적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방적 굴욕으로 폄훼, 두 여중생의 죽음을 정략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면서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심히 당치않다.

북측은 마침내 범민련 북측본부를 통해 남쪽의 반미기류에 편승하는 반미투쟁 총력 경주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의 교류협력사업 방해, 유엔사의 경직된 군사분계선 월선 승인 요구 등을 거론, 벌써부터 반미감정 확산을 책동하고 있다. 남북철도 및 도로연결 지연을 미제의 반평화, 반통일, 반공화국으로 매도, 예의 민족공조를 내세웠다. 교착상태에 빠진 핵 문제를 미군 무죄 평결로 야기된 반미감정과 연계,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투쟁 등 새로운 국면 돌파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여중생 사망과 관련한 미군의 부당한 처사는 분노가 솟구친다. SOFA 개정은 이래서 당연하다. 미군이 미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감정적으로 미군 영내를 진입한다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철수를 말하는 것 역시 실로 무모한 단견이다. 이에 한·미 양국 대통령간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된다. 여중생 사망사건이 엉뚱하게 빗나가는 두나라의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에 책임져야할 부시 미국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우선 백악관 앞에서 벌이는 국내 방미 항의단의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길 바란다. 시위에 가담한 재미동포의 연행 같은 건 바람직 하지 않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나아가 직접 사과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행여 공연한 자만심을 가져서는 두 나라의 국익에 얼마나 큰 손상을 가져오는 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부시 미행정부의 한반도 현실인식에 직시를 촉구해마지 않는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