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이전 가당치 않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구상에 동의할 수 없다. 우선 개념이 모호하다. 청와대와 중앙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신행정수도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국가원수가 집무하며 중앙정부가 있는 곳을 수도로 보는 것이 사실적 및 법리적 개념이다. 청와대와 중앙부처 그리고 국회까지 다 옮기겠다면 이건 국가 수도의 이전이다. 그런데도 행정수도 이전으로 표현하는 것은 논거의 표리가 부동하다. 수도권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이전 예정지로 정한 충청권의 환심을 사기위한 특유의 수사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수도 남하는 장차 있을 한반도 통일대비에도 적절치 않다. 노 후보는 ‘통일이 되면 수도권 집중현상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같은 견해는 인정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수도를 남하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수도의 남하는 국위 위축으로 비쳐 상징성으로 보아도 무척 좋지 않다. 이전으로 말하면 북상하는 것이 진취적이며 입지적으로도 타당하다. 하지만 통일 이후에도 수도를 굳이 이전해야 한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필요한 중앙 부처만 북상시키면 된다. 지금은 민통선에 잠긴 옛 장단군 등이 통일 이후의 수도권 비대화 해소가 예약된 청정의 땅이다. 만약 행정수도든 수도이든 이를 충청권으로 옮기면 그 일원에 또 새로운 교통환경 등 갖가지 도시문제를 유발한다. 그러나 통일 이후의 북상 개발은 국토발전을 위해 오히려 기대된다.

강력한 지방분권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허구다. 강력한 지방분권정책은 노 후보가 강조하지 않아도 당연한 추세다. 더욱이 행정수도 남하와 지방분권 강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지방분권 강화는 제도와 중앙정부의 실천의식 여하에 달린 것이지, 행정수도란 걸 충청권으로 옮긴다하여 되고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것은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해양수산부 같은 것을 해양업무와 관련이 깊은 인천이나 부산 등지로 옮기는 것 등이다. 이밖에도 지방 요소요소에 이전 검토가 가능한 대상부처가 있긴 있다. 화상 국무회의가 가능하므로 통일이 될 때까지 현장 사업위주의 부처를 지방 곳곳에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도 이전은 가당치 않다. 북측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도는 평양이다’라고 헌법에 못박아 놨다.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까지는 믿지 않으나 수도 문제는 국기에 관한 주요 사안인 것은 사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먼저 저질러 놓고 수습은 뒤에 하는 식으로 밑도 끝도 없이 불쑥 특정지역을 들먹여 가며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방법상으로도 옳지 않다. 국가차원의 사회정서, 경제효과 측면에서도 심히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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