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우화가운데 늑대 속에 개를 들여 놓기 위해 개에 늑대 색깔을 칠한다는 얘기가 있다. 슈엘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여류작가로 소년문학의 고전적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동화 중 ‘흑마 이야기’가 있다. 승마용으로 뛰어난 자질을 갖춘 흑마가 이집 저집으로 팔려 다니면서 주인을 잘못 만나 짐이나 마차를 끄는 허드렛 말로 전락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에 파견된 고위 공무원 6명이 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스웨덴의 늑대우화, 슈엘의 ‘흑마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들 공무원은 당정협의를 위해 파견됐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으로 당정협의가 폐지된 지난 5월 이후에는 복귀했어야 한다는 것이 신문보도의 요지다.
그러나 지지대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당정협의가 있었던 때도 공무원의 정당 파견은 당치않다. 공무원이 집권당의 사유물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정협의같은 회의가 있을 시 공무원이 수시로 나가 협의를 도울 수는 있지만, 아예 당으로 출근하는 등 상주한다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갖는다.
하물며 정부의 고위공무원을 민주당이 대선 캠프에 참여시켜 정책 및 공약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민주당에선 이들이 사표를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지만 사표가 능사가 아니다. 수리여부가 궁금하다. 만약 형식적으로 사표만 내고 수리는 되지 않은채 당에 남아 일하는 게 맞으면 공무원 겸 당직자가 된다. 봉급은 국민의 세금으로 받고 일은 특정 당에서 하는 꼴이된다.
“부처로 돌아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으로 미루어 아직 공무원 신분인 것으로 짐작된다. 잘은 몰라도 당에선 아무개가 당선되면 더 높은 자리를 만들어 보내 주겠다는 투로 달랠 것이다. 공무원을 사병화하여 대선공약 등을 양산해 내는 민주당의 행태는 명백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침해다. 개에 늑대 색깔을 칠한다고 하여 늑대가 될 수는 없다. 민주당에 파견될 정도면 꽤나 괜찮은 고위공무원일 것이다. 풀린다는 게 어쩌다 잘못 풀려 ‘흑마’신세가 됐는지 안타깝다.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될 선거 개입을 요구받고 있으니 말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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