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에 또 당하는 임진강 ‘피해’

북측이 공유하천인 임진강을 사물화하고 있다. 임진강 상류에 3∼4억t규모로 건설하는 다목적댐은 남측 하류에 속하는 파주, 연천 일원에 치명타를 가져온다. 황강댐으로 불리는 이 공사가 오는 2006년말 완공되면 경기도 북부지역의 용수난은 불을 보듯이 뻔히 예견된다. 임진강은 그렇지 않아도 북측이 이미 상류에 세운 내평, 장안 두 댐 등 일명 4·15댐으로 인해 평소엔 건천화 하다가 장마 때면 홍수를 당하곤 하는 실정이다. 저수량 2천770만t의 4.15댐만으로도 이런 마당에 이보다 11배가 넘는 3억∼4억t의 황강댐이 또 건설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임진강 남측 구간인 중·하류 유역의 각종 용수난은 말할 것 없고 민물고기가 씨가 마르는 등 생태계가 완전히 훼손된다.

북측의 이같은 일방적 댐 건설은 임진강 공동이용 관련의 합의사항 위배다. 지난해 9월 제5차남북장관급회담에서 공동치수를 위한 수방사업 현지조사를 그해 10월28일부터 31일까지 벌이기로 했다. 또 지난 8월 남북경협위 서울회담에서는 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를 10월중 개성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공동조사도 실무협의도 번번이 묵살하였다. 북측은 우리측이 제기한 공동치수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실천적 이행은 마냥 미루어 왔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간의 북측 태도가 바로 황강댐 건설 때문이란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건설교통부의 처사가 괴이하다. 황강댐 공사는 약 1년전 착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가 이에 관한 정보를 언제 입수했는진 몰라도 그간 ‘대외비’로 붙여온 것은 온당치 않다. 이 또한 북측을 자극할 것이 두려워 그랬다면 참으로 한심하다. 해줄 것은 다 해주면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피해에 말 한마디도 못한 채 숨겨온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다 할 수는 없다.

건교부는 대책으로 군남 홍수조절지의 저수 규모를 당초 7천만t에서 1억3천만∼2억t으로 늘리고, 수도권 광역상수관로를 파주 연천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하나 근원적 해결책은 못된다. 광역상수관로를 늘려 식수는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농·공업용수 고갈은 면할 길이 없다. 우리는 동포애로 북측에 쌀을 지원하는데도 북측은 자연수를 흘려 보내는 돈 안드는 동포애조차 인색하다.

상류에서 물을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정부는 임진강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협의체 시스템 작동을 위한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방법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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