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의 ‘권력 立稻先賣’ 집념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는 자신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비유를 세간에서 물과 기름으로 비교한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물과 기름이 합치면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온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정 대표가 노 후보에게 갖는 미련은 한마디로 연목구어와 같다. 노 후보의 당선은 미지수지만 만약 당선된다 해도 정 대표가 요구하는 공동정부 운영에 응할 책임이 없다. 설사 공동정부를 약속했다 하여도 규제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선에 의한 당선자가 당선의 편의 대가로 공동정부를 운영한다면 오히려 권력 ‘입도선매’로 지탄받기 십상이다.

정 대표가 이를 전제로 하는 노 후보 지원 유세참여는 장차 두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하나는 정책의 모순이다. 예를들면 북측의 핵시설 즉시 재가동 발표가 나오자 양당은 ‘핵 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정부 차원의 대북 현금지원 중단을 고려한다’ 했다. 이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어떤 이유로든 대북지원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노 후보의 종전 공약과는 정반대로 일변한 것이어서 심히 헷갈린다.

이밖에도 시장자율을 주장해온 정 대표가 시장개입을 주장해온 노 후보와 어떻게 무슨 정책조율을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납득되지 않는 점이 허다해도 너무 허다하다. 또 하나는 공동정부 운영의 문제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상인 것으로 정 대표가 각료추천을 행사하고 노 후보가 이에 규제를 받는다면 위법성의 논란이 일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 공동정부 형태가 무엇이고 이 경우에 국민통합21의 역할은 이떤 것이며, 정 대표의 지위는 과연 뭐냐는 의문이 민주당 안에서도 제기될 수가 있다.

대선 막바지에서 선거판이 급박해 무작정 손 잡고 보자는 심리나 이를 틈타 무슨 보장을 떼 쓰다시피 하는 것이나 다 정상이 아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이루어진 약속 또한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믿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일찍이 ‘내표는 노 후보에게 안가도 노 후보 표는 나에게 온다’고 공언했다. 물과 기름의 이질혼합은 불가능하다. 그런 정 대표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말하는 것은 코미디다. 단일화에 승복했으면 그대로 끝내는 게 미덕이다. 정 대표는 권력의 ‘입도선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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