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자위체계 강화해야

안전불감증에 걸린 일부 금융기관들의 자체 방범망이 너무 허술해 연말연시를 앞두고 심히 우려된다. 지난 9일 부천에서 발생한 새마을금고 강탈사건만해도 그렇다. 단 한명의 범인이 대낮에 간단한 흉기 하나만 들고 침입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는 금융기관 자위방범망의 기초이자 최선책인 경비원을 고용하지 않은 탓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전국 1만7천926개 은행·제2금융권·우체국 점포 가운데 경비원을 배치한 업소는 6천338개소로 35.4%에 불과했다. 심지어 대형 은행들조차 전국 5천986개 점포 중 532곳이 아예 경비원이 없는 실정이다.

은행점포 가운데 폐쇄회로 TV(CCTV)를 설치한 곳은 46.6%에 머물고, 특히 현금 호송도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점포는 22.4%, 전자 가방 이용점포는 48.0%에 불과하다. 10개 점포 가운데 3곳은 여직원 등이 가스총 한 정에 의지한 채 일반 승용차로 수억원대의 돈을 옮기고 있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인천시의 경우, 시내 은행을 비롯, 제2금융권·우체국 등 680개소 중 경비원 배치는 42.6%, CCTV 디지털은 52.9%였으나 제2금융권 339개소와 우체국 41개소는 경비원을 전혀 배치하지 않는 등 여전히 자위방범 체계가 허술하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자위체계는 강·절도사건의 발생도 문제지만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느라 타 분야의 치안에 소홀하게 만든다. 더구나 혈세를 낭비하는 악순환이 거듭돼 더욱 심각하다.

한 예로 지난 10월, 2천만원을 털린 포천군 영북 농협 강도사건에 15일동안 투입된 경찰예산은 무려 1억원이나 된다. 사건발생 일주일째인 부천 새마을금고 강도사건 수사본부도 현재까지 들어간 경찰예산이 2천만원이 넘었다. 이로 인해 자체방범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금융점포는 선진국처럼 개설시 법적으로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자위체계를 소홀히 하는 근본적 이유가 강·절도 당한 피해액을 보험 등에서 변제해주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한 마디로 당치 않다. 금융기관 강·절도 사고는 사회적 파장이 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수사본부 요원뿐 아니라 관할 경찰서의 정보과·형사과 직원들도 총동원되므로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자체방위 체계가 안된 금융기관은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당위성이 있다. 금융기관들의 자위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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