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얼마를 더 퍼줘야 하나?

북의 핵 문제를 또 돈으로 풀어야 할 것인가, 미사일 개발 중단 또한 또 돈으로 달래야 하는 것인가. 교착 상태에 빠진 대북관계의 의문이 이에 귀납된다. 돈으로 해결될 수만 있으면 좋지만 도대체가 믿을 수 없다. 1994년 핵 위협 역시 돈으로 풀고도 핵 위협을 재개하였다. 남북회담 때마다 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민간인 방북에도 그때마다 돈을 요구해왔다. 돈을 주면 신뢰가 생겨야 하는데도 오히려 그 반대다. 끝없는 위협 속에 끝없이 주고 있는데도 전쟁위협은 상존한다.

핵 봉인 및 감시 카메라를 두고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조선중앙방송은 ‘수령 옹위와 사생결단’의 내부 결속을 다짐하고, 외무성은 식량원조를 호소하면서도 ‘조건이 붙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있지도 않은 식량의 군대전용, 마약거래 등을 거론해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가당치 않다. 지원된 식량이 설령 직접 군대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하여도 군식량 비축에 도움이 가는 건 부인될 수 없다. 마약거래는 국제사회에서 오래 전 부터 공론화된 일이다. 얼마전 일본에 의해 침몰된 괴선박이 북측의 마약 운반선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도주의를 힐난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조건붙은 대북지원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를 되레 비인도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실로 몰염치하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았으면 인도주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틈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역리가 인도주의적 자세라 할 수는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임의로 핵 감시카메라 등을 제거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이후 나온 이같은 태도변화는 심히 경계된다. 조선중앙방송은 ‘전쟁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면서 전쟁 위협을 노골적으로 들먹였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 북측에 대한 미국의 공격 역시 어떤 이유로든 반대한다. 핵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타개책은 어디까지나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이야 하는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도대체가 저들의 위협에 얼마나 더 돈을 주고 달래가면서 평화를 사야하는 것인지 기약이 안된다. 그래서 이제는 대화를 하고 지원을 해도 전처럼 무작정 퍼주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갖는다. 이러한 점진적 신뢰축적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당장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에 허점이 없어야 전쟁을 막는다는 사실이다. 중대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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