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위문을 시작한지 벌써 7년째가 되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양로원 방문 계획을 세워 놓고 학부모님께 안내 편지를 보내고 양로원과도 의논하여 방문 일자를 확정했다.
공연 연습, 음식준비, 선물준비도 해야 되고 할 일이 많은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일찍 등교하여 열린 교실에 가서 연습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어떤 어린이는 7시40분에 등교하여 현관문도 열지 않았는데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수업 하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열린 교실로 연습하러 가자”고 하면 환호성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오늘은 양로원을 방문하는 날이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준비물을 챙기고 있는데 어머님들이 한 두 분씩 오시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대절버스에 올라타고 어머님들은 승용차를 타고 20여분후에 양로원에 도착했다. 양로원에서는 벌써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무대에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달고 공연을 시작했다. 첫인사로 시작하여 합창, 연극, 무용, 소고춤, 태권도등 사회자의 부름에 따라 무대로 나가 공연을 했다. 박수를 치면서 즐거움이 가득하시던 어르신들이 꼭두각시노래가 나오자 어깨를 들썩들썩 거리시며 흥얼거리셨다. 마지막으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태극전사 노래를 부를 때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눈물을 글썽이며 함께 따라 불렀다. 끝인사는 효에 대한 시를 낭독했는데 모두가 숙연해져서 고요만이 감돌았다.
공연이 끝난 다음 준비해간 음식과 선물을 어린이들이 직접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면서 대화도 하고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꼭 잡으시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 힘들다고 그만 하라고 하시면서도 등을 내미시는 분, 담임교사인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내년에도 꼭 와 달라고 부탁하시는 분, 가슴에 꽂고 있던 브로치를 떼어서 내 가슴에 달아주시는 분, 어떤 할머니는 미리 준비하셨다며 녹차를 한 통 주셨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따라오시며 손을 흔드시는 할머니를 보고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다.
양로원 방문을 마친 다음날 아침공부 시간에 양로원 방문 소감을 학습지에 그림으로 그리고 쓰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공연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정성껏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엽다고 썼다. 또 부모님께 효도하는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도 했다. 학부모님들 또한 함께 모시지 못하는 시부모님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이들이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어른을 공경하는 작은 불씨라도 지핀 것 같아 기쁘고 학부모님들께도 자신의 앞날의 모습을 되돌아보아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드린 것 같아 기뻤다.
7년동안의 양로원 위문 공연을 통하여 효도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체험하고 경험하여 마음속에서 우러나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할아버지, 할머님, 내년에 다시 뵈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윤명자 (군포용호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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