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거울

산문/거울

박유진 <파주 봉일천초등 5>

나는 거울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어 주는 거울 말이에요. 아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을 비추어주는 거울이죠. 어 저기! 뚱뚱한 신사 한분이 나의 앞에 멈추셨어요. 그런데 아주 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얼굴에 인자한 미소가 가득 하니까요. 신사 분은 중얼거리셨지요. “장애인을 돕고나니 기분이 뿌듯한걸?”나는 장애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았어요. 신사분이 남기고 간 자리엔 행복이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어떤 소년이 내 앞에 모습을 나타냈어요.

잔뜩 인상을 찡그린 모습은 너무 우스꽝스러웠고 누가 봐도 싸웠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들었어요. 소년은 중얼거렸죠. “씨 나쁜자식 다시 그자식을 상대하나 봐라.”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요. 그러다가 소년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어요. 아까 신사분이 남기고 간 미소와 행복을요. 그리고 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지만 나에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남겨있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이 남아서 난 많은 행복을 느꼈지요. 난 또 기다릴 거예요. 사람들이 나에게 줄 사랑과 희망과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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