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에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 북의 핵 포기를 수차 촉구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북측의 폐연료봉 보관시설 봉인의 전격 제거 등 갈수록 악화되는 핵 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풀 것인지 듣고 싶다. 전력생산과는 무관한 북측의 이런 강공책은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시사하는 벼랑끝 위협이다.
부시 미행정부의 ‘선 핵포기 후 대화’방침을 압박, 선 대화로 이끌려는 북의 핵 위협은 당장의 공격 의도로 볼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월4일 핵개발계획 시인 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북측 움직임을 방관시할 일은 아니다. 시일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지만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핵 문제의 경우, 시일이 해결하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으며, 더 최악의 사태에 다다랐을 땐 이미 늦다. 북측은 핵 문제는 북·미관계의 일이므로 우리더러는 빠지라고 한다. 또 이에 동조하는 우리의 내부세력도 있다. 이같은 동조 세력은 핵 문제를 과장, 긴장을 고조시킨다면서 긴장 우려를 냉전주의로 매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당선자의 생각이 어떤지 또한 듣고싶다.
1994년 제네바협정을 위반하는 북의 핵 등 대량살상 무기개발은 국제사회의 불신도 불신이지만, 동족간의 무모한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점에서 심히 당치않다. 결코 북·미관계의 일로만 보아 좌시할 수 없는 곧 남북관계의 일이다. 당선자가 적극 나서야할 이유와 책임이 이에 있다.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을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막연히 낙관만 했던 이 정부는 당혹감 속에 뒤늦게 고심하고 있으나 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당선자가 가진 첫 회동에서도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것같지 않아 국민들은 더욱 궁금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에 미국의 대이라크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가 갖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여론 조성을 기다린 부시에게 비외교적 대응을 검토할 구실을 높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의무가 노 당선자에게 있다고 믿어 현 정부와 조율, 소기의 전환점이 모색될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핵문제 처리는 대외외교의 첫 시험무대라 할 수 있다. 방법은 당선자의 역량에 속한다. 다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평화적 해결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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