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대처는 신중하게

한글과 영문으로 표기된 ‘미군 출입금지’스티커를 상가, 병원, 성당 등에 부착하는 운동이 인천에서 전개됐다고 한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때까지라는 이 스티커 부착운동에 공감은 하지만 우려되는 점 또한 있어 심사숙고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지난 여름 의정부에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여중생 사망 사건이 ‘촛불 시위’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미군 출입금지’스티커 부착 운동이 자칫하면 극단적인 반미감정으로 치달을 요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몰지각한 미군들이 한국인들에게 가한 폭력, 강도 등 사건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지만 우리가 과연‘미군 출입금지’라는 초강수까지 써야 되느냐 하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최근 한국인들이 주한 미군에게 가한 불상사도 발생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이다.

서울역에서 미군 병사 2명이 한국인 남자 4명으로 부터 폭언과 육체적 시달림을 당했다는 것이 그 한 예다. 한국군 장병 4명과 방송사 취재진이 이를 지켜봤지만 제지하지 않았고,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미군들을 조롱하고 침을 뱉었다는 게 주한 미8군 사령부측의 얘기다. 지난 15일 용산 미군부대 인근 지하도에서 한국 청년 3명이 비무장 미군 장교 한 명을 습격해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한 지 4일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오죽하면 주한 미대사관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회원을 포함한 한국내 미국 민간인들로 하여금 주한미군에게 내려진 ‘오후 9시∼오전 5시 시간대 통행금지’를 참고토록 하는 이메일을 보냈겠는가. 우리는 미대사관이 경고 메시지에서 “주한 외국인들은 주한미군의 통행금지 조치를 고려하여야 한다. 신체적 재산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노동자들의 집회장소와 집회 참석자와의 대면을 피하라”고

권고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사건들은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평화의 촛불 시위’가 보여주고 있는 성숙된 한국인의 시민 의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반미, 친미를 흑백논리로 구별할 때가 아니다. 과거보다 미국을 더욱 올바르게 알고 미국을 우리쪽으로 유리하게 활용해야 할 때다. 여중생을 죽게 한 미군 병사 2명을 무죄 판결한데다 늦어지는 SOFA개정으로 인해 국민적 감정이 분출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때 일수록 대미관계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SOFA개정의 강력한 추진을 정부에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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