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새벽 4시께.
의정부시 가능1동 주한 미육군 제2사단 캠프 레드크라우드 정문 옆 철책을 따라 방한모를 쓰고 경찰봉을 든 전경 2명이 노란색 할로겐 보안등 불빛 아래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100여m 떨어진 곳에선 전경 20여명이 뒤따라 오고 있었고 미군부대 정문 부근에는 더 많은 수의 전경들이 방패를 든 채 차례자세로 동하지도 않고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양주 미군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피고인들의 무죄판결로 일부 젊은이들이 미군부대 영내에 진입하는 등 시위가 빈발하자 배치된 것.
이날 배치된 전투경찰 숫자는 2개 중대 220명으로 이같은 미군부대에 대한 경비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정’제22조와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제25조 등에 따른 조치.
전날인 지난 24일 오전 8시에 현장에 투입된 전경들은 2시간 경계근무를 선 뒤 4시간 쉬는 방식의 3교대로 다음날 오전까지 24시간 근무했다.
근무중 잠은 부근에 세워둔 버스에서 해결하고 식사도 혹한의 냉기에 식어버린 찬밥.
요즘 날이 포근해서 다행이지 이달 초 영하 10℃를 밑돌 때나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전경들은 ‘여기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밤새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했다.
김모 상경(22)은 “추운 날씨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경계근무를 서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한국경찰이 왜 미군부대를 지켜주냐’고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경 경비 관계자는 “전경들이 추운 날씨에 경비를 서는 어려움은 알고 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어쩔 수 없는 일 ”이라며 “경기북부지역 17개 부대를 비롯 도내 25개 미군부대에 배치돼 밤을 세우는 인력은 모두 1천255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의정부=최종복기자 jb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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