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전등사가 주축이 돼 벌이고 있는 ‘외규장각(外奎章閣) 도서반환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보면 이 정부가 문화재 관리·보호에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서명 운동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문화재 359점을 돌려 받자는 문화주권 찾기 운동이다. 현재 프랑스에 소장돼 있는 우리 문화재는 국보급인 의궤(儀軌) 191종 297책 등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 상당수에 이른다. 문제는 외규장각 도서들은 1993년 당시 미테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반환하기로 이미 합의됐는데도 프랑스 정부가 이행치 않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는 도서반환 약속을 받고도 영구임대·등가교환방식 등을 요구하는 프랑스측의 전략에 말려 들어 마치 체념상태로 일관하고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강화 전등사가 사회단체·문화예술인들의 협조를 받아 지난해 10월 외규장각 도서반환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는데 최근 10만명을 넘어섰다니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짐작이 된다. 특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지난 10월 서울에서 개최한 ‘불법 약탈문화재 반환과 도난 문화재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국제전문가 회의’를 통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위한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국제회의 권고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자국법을 앞세워 소유권만 인정해주고 임대 받는 방식을 취하라는 등 약탈 문화재를 돌려 주지 않는 것이다. ‘네 칼이라 하더라도 내 칼집에 있으니 내 것’이라는 격이다.
그렇다고 약탈해온 외국 문화재의 자국 소장을 고집하는 것은 지나친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 약탈은 헤이그 조약에 명시돼 있듯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알면서도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이다.프랑스는 구 동독이 소장해왔던 자국 출신 모네 등 미술작품 23점을 통일 독일로부터 반환 받은 것을 비롯해 18∼19세기 프랑스 문서와 기독교 역사가 담긴 733개의 마이크로 필름을 돌려 받았다. 빼앗긴 자국의 문화재 돌려 받는 데는 필사적이면서 자신들이 한국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치 않는 것은 진정한 문화국이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헤이그협약 정신에 따라 무조건 반환받아야 할 대상이다. 더구나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한 만큼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를 도와 주는 ‘거사’이지만 전등사를 비롯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의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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