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계미년(癸未年) 양띠 해다. ‘계’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위인 천간(天干)의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등 십간(十干)중 열번째다. ‘미’는 육십갑자의 아래인 지지(地支)의 자(子·쥐) 축(丑·소) 인(寅·범)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잰나비)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 등 십이지(十二支) 중 여덟번 째다.
그러므로 육십갑자로는 스무번 째가 되는 해다.
양은 면양을 말한다. 흔히 염소라고도 하는 산양도 양으로 혼동하지만 엄격하게 구분하면 면양을 양이라고 한다. 가장 두드러진 구분으로 양은 거의 뿔이 없는데 비해 염소, 즉 산양은 암수가 다같이 뿔을 지니고 있다. 양은 개와 마찬가지로 인류에 의해 가축화 된지 아주 오래된 동물로 꼽힌다. 약 8천년 전, 그러니까 신석기시대 이전부터 가축화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기록에는 고려 때 금나라에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 축조된 십이지신상에 양이 형상화 된 것으로 미루어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가축화 연대에 비하면 굉장히 늦게 들어온 건 사실인 것 같다.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 양장(羊場)을 두어 사육하기도 했다. 털도 털이지만 육질이 아주 좋다. 한의학 서적인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에 의하면 양은 양(陽)이라 하여 강장 식품으로 많이 쓰인다. 양고기는 성정이 뜨거워 허한 사람에게는 기를 돋아 주지만 어린 아이나 임신부는 먹어선 안된다고 했다.
부위별로는 고기는 살결이 고와지고 산모에게 유익하다. 산모의 젖이 잘 나지 않으면 양고기와 으름덩굴 열매인 으름을 함께 달여서 먹기도 한다. 양의 목밑샘, 갑상선은 사람의 갑상선 질환에, 위 또한 사람의 위장병에 특효한 것으로 기록됐다. 피는 혈허(血虛), 생식선 조직은 정력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양은 순박하고 온순한 동물이다. 성서에는 양이 500회 이상이나 나온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물로 ‘희생양’이란 말이 이래서 나왔으나 좋지않은 제보다는 좋은 제에 주로 많이 쓰였다.
역사상으로는 1403년, 조선조 태종3년 계미년에 최초의 동활자를 만들어 이 활자를 계미자(癸未字)라고 했다. 온순한 양띠 새해엔 양처럼 순박한 우리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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