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새해 바램

북한의 기정동 마을을 바로 코앞에 둔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

반세기동안 북녘의 기정동은 가깝고도 먼 마을이었다.

사천내를 경계로 친척과 친지들과 헤어져 이제일까 저제일까 손꼽은지 벌써 50년.

눈만 뜨면 빤히 보이는 기정동을 새들은 쉽게 넘나들지만 사람들은 멀게만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경의선 연결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성동 사람들은 기정동 주민들과의 왕래을 기대하고 있다.

경의선 연결은 남북이 갖는 경제적인 효과 이외에 실향민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정적만이 흐르던 비무장지대에서 한창 진행중인 경의선과 국도 1호선 공사를 보고 있노라면 이제 통일도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대성동 주민들은 몇년 전만해도 북한의 대남 방송을 들으며 살아왔다.

기정동 한가운데는 세계 최대규모라는 북한국기(높이 160m의 국기대와 가로 30m 세로18m 무게 200㎏의 인공기)가 보인다.

기정동 마을에 들어선 5∼6층의 건물들은 남쪽을 의식해 조성한 선전용 마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정동은 남한이 대성동을 건립하자 북한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전용 마을을 짓고 사람이 사는 것처럼 하기 위해 빨래를 널어 놓거나 야간에 불을 켜놓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게 하고 있습니다”

대성동마을 인근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한 초병의 설명이다.

6·25전쟁 이후 53년 휴전협정으로 북한측은 기정동 마을을, 남한측은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설치했고 이후 지난 62년 장단군 군내면 조산리를 파주군에 편입시켜 현재는 유엔군 1개 소대 병력의 보호를 받으며 54세대 226명(남성 106명·여성 120명)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대성동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이 마을이 대한민국이 아닌 유엔군사령부 통제하에 있다는 점.

이는 휴정협정 제1조 제10항 ‘비무장지대내 군사분계선 이남의 민사행정구제사업은 국제연합 총사령관이 책임진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

경지면적은 200만평(논 160만평 밭 40만평)이고 호별평균 경지면적은 4만여평,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6천500만원.

대성동 주민들은 트랙터와 콤바인 등 영농기계와 가구마다 대형 TV, 컴퓨터, 트럭, 승용차 등을 갖춘 반면 기정동 마을 풍경은 아직도 손으로 모내기와 수확을 하거나 타작을 하고 겨울에도 20∼30마리의 염소를 끌고 들판으로 끌고 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모습들이 목격되고 있다.

대성동마을은 수십년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반면 기정동 마을 뒷산은 민둥산으로 사뭇 대조를 보이고 있다.

6·25전쟁 이전에는 양쪽 마을을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했다는 유윤목씨(67)는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궁핍해지는 것같다”며 “경의선 연결과 함께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대성동과 기정동 마을이라도 평화지역으로 지정돼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민원업무는 면소재지인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에 있는 군내면출장소가 담당하고 있다.

“군내면출장소는 대성동 52가구와 통일촌 128가구 등 180가구 696여명과 출입영농인 1천600여가구의 업무를 보고 있죠”

한 주민의 설명이다.

대성동과 기정동마을 옆으로 지나는 경의선과 국도1호선이 비무장지대에서 연결되면서 남북이 하나가 돼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내듯 양쪽 마을 주민들에게도 반세기 동안의 꿈이 이제 현실로 다가옴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대성동은>

대성동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설치한 마을이어서 혜택은 물론 제한속에서 살고 있다.

납세와 병역의 의무 등이 면제되며 여자는 결혼해야만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다.

일출 후 일몰 전까지는 출입이 자유롭고 아침과 저녁으로 버스가 2차례 통행하나 일몰 후부터 밤 10시40분까진 3차례 제한적으로 초병들의 보호를 받으며 출입해야 한다.

일몰 전까지는 패스만 있으면 출입이 가능, 새댁들은 이곳으로 시집오자 마자 면허를 따는 게 관례로 돼있다.

교육시설로는 대성동초등학교가 지난 68년 정식으로 인가돼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77년부터는 졸업생들의 희망에 따라 서울, 인천, 파주 등지로 진학할 수 있다.

현재는 학생 14명에 교직원 14명으로 해마다 학생수가 줄고 한학년에 인원이 2∼3명이며 현재 2학년은 학생들이 없는 상태.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학교 운영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주=고기석·유성우기자 kok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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