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이 각종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은 인권차원에서도 있어서는 안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는데다 고용주의 인식부족 등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 병에 걸렸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니 더욱 우려가 크다. 더구나 일부는 에이즈, 성병, 결핵과 같은 법정 전염병에 걸렸으면서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지내다 병을 키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2차 감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지난해 11월 외국인 노동자 24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결핵과 매독에 걸린 근로자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니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또 중소기업청이 국회에 제출했던 국정감사 자료에는 1994년부터 작년 6월 말까지 입국한 산업연수생 가운데 932명이 입국 후 질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B형 간염이 518명, 매독 357명, 에이즈 13명, 콜레라 3명, 결핵 등이 43명이었다. 에이즈 환자 13명은 강제 출국됐지만 간염과 매독환자 등 117명은 사업장을 떠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실태는 보건복지부가 2000년 8월 전염병 예방을 위해 일선 보건소에 외국인 근로자 건강검진 및 치료지침을 통보했지만 인력과 장비, 고용주의 인식 부족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3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인천의 경우, 2000년 710명, 2001년 841명, 작년 9월말 현재 691명이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그쳤다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도 전체 11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작년 11월말까지 1천600여명만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보건 사각 상태는 외국인 당사자는 물론 한국인들의 2차 감염도 우려된다. 우리 정부가 실태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원인은 외국인들은 병에 걸린 사실을 감추고,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보건소보다 노동자 보호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업체들이 근무를 이유로 평일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검진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우선 도의적인 면에서 개선돼야 한다. 따라서 당국은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휴일진료’제도를 확대하고 협력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 또 1년에 1회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규정을 의무조항으로 바꿔 우리 국민과 똑같이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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