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빼앗긴 고구려 역사

신라의 삼국통일을 민족사관으로 보면 잘된 일이 아니다. 백제 멸망(660년)은 그렇다 해도 고구려까지 멸망(668년)한 것은 민족의 일대 손실이다. 고구려는 수 양제, 당 태종 등 중국의 정통 한인(漢人) 정권에 치명타를 가해 특히 수나라는 붕괴케 한 국력을 가졌었다. 그랬던 게 어쩌다 나당(羅唐) 연합군에 의해 망한 뒤로 우리의 국토는 압록강 이남의 한반도도 다 차지하지 못하고 청천강 이남으로 줄었다. 만주 송화강 넘어 그리고 요동반도까지 뻗쳤던 광활한 고구려 땅은 고스란히 당나라 땅이 돼버렸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신라라는 나라의 좁은 입장에서는 경하할 일이 될지 몰라도 다같은 민족사적 사관(史觀)에서는 결코 좋게 평가할 수가 없다. 다행히 고구려 유민이 발해국을 건국(699~926년), 만주 송화강 이남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드넓은 국토를 회복했으나 227년만에 요나라에 망하고 말았다.

가상은 부질없다지만 만약 옛 고구려나 발해의 국토를 아직도 우리가 지녔다면 민족의 진로가 달라졌을 것이다. 역사에 가상은 부질없어도 역사를 추적하는 것은 후대의 의무다. 그런데도 국내 역사학계는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늘날 자기 국토에 있는 고구려나 발해 문화유적을 자기네들 소수민족의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러시아 역시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있는 발해 문화유적을 자기 나라 역사로 치고 있다. 자기나라 땅에 있는 고구려, 발해 문화유적의 한국 학계 접근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구려와 발해사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은 조선족 교수들이 있는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방봉학 연변대 교수의 발해사 연구(2002년10월1일자 본란)에 이어 고구려사 연구에 반평생을 보면 김일경 전 안산대(요령성)교수가 또 있다. 김 교수는 특히 130여 곳의 중국내 고구려 산성을 일일이 답사, 발굴해 낸 귀중한 사료를 정립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에 많은 고구려 유적을 정부차원에서 협상해 유적 보존을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지금 중국에 역사를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