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책 봇물에 그 주체가 되는 노무현 당선자 자신부터 혼선을 갖는다는 질타는 매우 적절하다. 정책 결정의 형성과정을 거치지 않는 새로운 관념이 마치 차기 정부의 확정 시책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당선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구난방으로 보도되는 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지금으로서는 그런 것을 내세울 시기가 아니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도 그같은 제반정책 결정에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할 마당에, 밑도 끝도 없이 들쭉날쭉 발표되는 중구난방 시책은 개혁의 정당성을 퇴색시킨다.
더욱이 이 나라에 두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하고 의심이 들 지경으로 보여선 인수위원회의 월권은 자제돼야 한다. 인수위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차기 정부의 원활한 출발을 위한 준비업무에 국한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수위의 구성은 실무보다는 이론, 전문성보다는 학구성에 치우친 교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평소 못다한 포풀리즘의 상아탑 밖을 의식한다면 그것은 당선자를 돕는 진정한 자세가 아니다.
일이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현 정부로부터 보고를 청취하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무척 좋지 않다. 현 정부와 인수위는 업무인계 관계일뿐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고 말고 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엔 걸러지지 않는 인수위원 개개인의 사견을 언론의 과잉 경쟁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보도되는 폐단을 짐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하게 발표되는 인수위 발표는 지나치게 과격적인 게 너무 많다. “정책으로 정식 채택되지 않은 사안들이 잇따라 보도되는 바람에 인수위가 세상을 흔드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우려를 인수위는 십이분 성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수위원회의 권한과 한계를 새삼 더 여기에 논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인수위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활동은 오는 2월 25일까지 40여일 남았다. 이미 지난 일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앞으로나마 현 정부의 마무리, 그리고 차기 정부의 출범에 혼선을 일으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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