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1952년 박화목(朴和穆) 작사, 윤용하(尹龍河) 작곡으로 발표된 가곡이다. 부산에서 피란생활중 작곡됐다. 발표 후 오랫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였으나 1970년대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독창은 물론 합창으로도 편곡돼 널리 애창되는 명곡이다.
푸른 비단결같이 넘실거리는 보리밭, 이삭이 황금처럼 영글어가는 보리밭은 예로부터 많은 글, 그림의 소재가 됐다.
보리는 겨울보리와 봄보리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는 겨울보리가 대부분이다. 보리에 관한 첫 기록은 ‘삼국유사’에 주몽(朱蒙)이 부여의 박해를 피하여 남하하였을 때 부여에 남은 그의 생모 유화가 비둘기목에 보리씨를 매달아 보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또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산상왕 25년(221)과 신라 지마왕 3년(114), 내해왕 27년(222)에 우박이 내려 콩과 보리의 피해가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보리는 상고시대부터 재배되어 벼와 함께 우리나라 주식으로 애용돼 왔다. 그러나 1980년 이후 국민소득의 향상으로 소비량이 감소함에 따라 주식으로서의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으며 생산량도 격감했다.
10대, 20대들이 가곡 ‘보리밭’을 애창하면서도 보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리밭 풍경의 정취를 잘 모르는 것은 보리밭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원시가 지난 2000년 처음 겨울철 도로주변 화단에 보리를 심은 데 이어 이번 겨울에도 식재, 호응을 얻고 있다.
겨울철에도 파릇 파릇한 보리는 공해와 병해충에도 강해 한번 식재하면 별다른 관리없이 겨울내내 푸릇함을 안겨준다. 한겨울에 녹색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도청앞 사거리와 시청앞 등 9곳의 화단 450평에 심어진 싱그러운 보리밭이 ‘보리밭’ 노랫말처럼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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