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세계 모어(母語)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 사멸 위기 언어 지도’를 보면 6천528개의 세계 언어 가운데 언어 사멸 위기는 미국과 호주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호주의 경우 1970년대까지 모어 사용을 금지, 수백가지의 원주민(애보리진) 언어가 사멸됐다. 미국에서도 유럽인의 이주 이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언어 수백가지 가운데 150가지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영어만 사용토록 하는 보수주의적 분위기가 조성돼 모어들이 사멸된 것이다.
모국어를 가장 사랑하는 국가인 프랑스의 경우도 14개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등 유럽에서 50개 언어가 사멸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강력한 동화 정책으로 대부분의 소수민족 언어가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프리카도 1천400개 언어 중 550여개가 쇠퇴하고 있으며 250개는 현저하게 사멸위기에 처했다.
반면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야이누족은 1980년대 말 모어를 쓰는 사람이 8명밖에 안됐으나 야이누족 박물관을 개설, 아이들에게 모어를 가르치도록 독려한 결과 수백명으로 불어 났다고 한다. 사어(死語)가 살아난 경우도 있다. 영국 코니시의 경우 1777년 사멸했으나 최근 복원돼 1천명이 제2의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모어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은 파푸아뉴기니로 무려 820개의 언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모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나라의 말, 모국어 또는 지리적·시대적으로 분화하여 발달하여 나간 언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 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각 지방 사투리는 매우 귀중한 한국의 모어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표준어로 공부해 사투리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영화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각 지방의 사투리가 유행하고 서울에선 제주도 사투리만 쓰는 연극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가 성황리에 공연중이다.
지난 대선 중에는 자갈치 아지매가 부산사투리로 TV연설을 펼쳐 호응을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경남 지방에서 ‘우짤랍니꺼’를 쏟아냈다. 사투리가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말도 있지만 사투리는 지방특유의 친밀감을 주어서 좋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말이다. 표준어를 사용하더라도 남북한 사투리는 보전, 계승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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