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오늘날은 별식이 됐지만 ‘보리’와 ‘보리밥’은 우리의 주곡이며 중요한 양식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손수 경작한 쌀은 농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거의 팔아야 했고 전쟁 때에는 강제 공출을 당했으므로 봄철인 3,4월경에 이르면 절량상태에 들어가 보리 수확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하였다. 보리가 익을 때까지 산과 들을 헤매며 나무 껍질이나 나물을 캐어다 먹으며 연명했다. 수확을 기다리다 못해 보리가 덜 여문 곡식을 쪄서 식량으로 삼기도 하였다.

보리가 본격 수확되면 보리밥으로 가을철 수확기까지 견디었으며 쌀 수확 후에도 부족한 양식을 메우기 위하여 매일 보리밥을 먹었다.보리밥은 쌀에 보리를 섞어 짓거나 보리만으로 지은 밥을 말하지만 거의가 ‘꽁보리밥’이었다. 1960년대에는 학생들의 도시락밥도 3분의 2가 꽁보리밥이었다.

보리밥은 열무김치나 고추장에 비벼 먹거나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함께 먹으면 별미다. 또 보리가 완전히 익기 전에 베어다 쪄서 지은 햇보리 밥의 누룽지를 끓여 만든 숭늉은 독특한 미각을 나타낸다.

한때 보리밥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보리가 섞이지 않은 쌀밥은 설날이나 한가위날, 조상의 제삿날에야 먹을 수 있는 특식이었다. ‘쌀밥 실컷 먹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산량이 감소하여 쌀보다 드문 곡식이 되었고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하여 특별히 먹는 밥이 되었다. 보리에는 비타민1과 비타민2의 함량이 쌀보다 많아 각기병 등을 예방하는데 좋다고 한다. 변비를 방지하며 소화를 순조롭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요즘 수원 광교산자락에는 보리밥만을 지어 파는 밥집들이 많은데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건강을 위해 보리밥을 먹는 모습이 보인다.

옛날에는 너무 가난해서 밥을 굶었다고 하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잖아요?”하는 아이들이다. 보리밥도 배불리 못먹었던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옛날이 그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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