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야, 정말 미안해”
강상준 <안성 공도초등3>안성>
“상준아, 나 열이 많이 나” 노란색 연필 모양의 지우개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습니다. “상준아, 나는 다리가 아파” 이럽ㄴ엔 파란색 우유 모양의 지우개가 내 옷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아파” “나는 곧 죽을 것 같아”여기저기서 지우개들이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께. 제발 용서해줘…”
“엄마, 엄마” 나는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엄마 곁에 가서 누웠는데도 자꾸만 꿈 생각이 나서 무서웠습니다. 여전히 지우개들이 쫓아오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문득 낮에 지우개로 로보트를 만든 것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지우개가 아주 많습니다. 문구점에서 산 것도 있고 선물로 받은 것도 있고 학교에서 스티커 많이 모아 선생님께서 칭찬하며 주신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의 지우개를 많이 가지고 다닌답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심심해서 그 지우개를 가지고 만들기를 하였던 것입니다. 칼로 자르기도 하고, 송곳으로 파내기도 하고, 연필로 콕콕 찔러 그림도 그리며 로보트를 만들었답니다. 너무 잘 만든 것 같아 누나에게 자랑까지 했었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멋있게 올려놓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지우개들이 꿈에 내게 와서 아프다며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저는 많이 후회했습니다. 말을 못하는 지우개라고, 나한테 꼼짝 못하는 지우개라고 하찮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내가 글시를 틀렸을 때 지우개가 없으면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학용품을 아껴 써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함부로 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는 지우개를 한개씩만 필통에 넣어 가지고 다닐 것이며, 정말 아껴쓸 것입니다. “지우개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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