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팔아먹은 의사

사람 팔아먹은 의사

뇌사 상태 사망자의 두 눈, 두 콩팥, 간 등 장기 이식으로 보통 대여섯명이 새로운 삶을 찾는다. 안구는 사후에도 안구은행에 보존이 가능하나, 다른 장기는 보존이 어렵기 때문에 뇌사자의 장기이식어야 더욱 많은 새로운 삶을 찾게해 준다. 가끔 이런 뇌사상태 사망자의 장기기증이 있어 감동을 주곤 한다. 장기기증 말고도 시신기증이 있다. 의학연구용으로 사후 시신을 의과대학에 미리 기증해 둔다.

수십년전 과거에 못먹고 못살 땐 행려사망자가 많아 주인없는 이런 시신을 이용했으나, 행려사망자가 거의 없는 지금엔 의대생들에 대한 해부학 등 실습을 기증된 시신에 주로 의존한다. 언젠가는 해부학 권위의 교수가 임종하면서 자신의 시신을 후배들 연구용으로 쓰라가 유언하기도 했다. 죽어면 어차피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 그러므로 인간사회를 위해 보다 유익하게 하기위한 것이 시신 기증자들의 마음이다.

이런 기증시신의 피부조직, 뼈 등을 어떤 제약회사에 팔아 먹었다는 서울경찰청 적발의 언론보도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마치 시신의 조직을 무슨 기계 부품처럼 하나하나 빼내어 돈받고 넘겼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선서의 윤리를 제대로 지키지는 못할망정 차마 이럴 순 없는 일이다.

기왕 남을 위해 내놓은 시신이므로 제약회사에 넘긴 것도 사람을 구하는 일이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르겠으나 당치않다. 영업위주의 실험대상으로 기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측도 그렇다. 개발된 연구기술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인체가 재료로 필요하는 연구내용은 평가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최고 지성인이라 할 의사들이 돈에 눈이 멀어 저지른 분별없는 행위는 용서되기 어렵다. 이미 의대에 사후 시신을 기증해 놓은 같은 입장에서 보건당국은 그런 의사 면허는 마땅히 취소처분해야 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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