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왜 이러는가

한나라당, 왜 이러는가

한나라당 지도부의 요즘 처사는 답답하다. 대선에서 왜 패했는가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노무현 당선자와 차기정부에 무조건 협조하라는 것은 아니다. 야당에겐 야당의 소임이 있다. 그러나 정치공세에도 시기란 게 있다. 아직 대통령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자, 그리고 차기정부도 출범하지 않은 인수위를 두고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시기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공적자금 비리, 현대상선 4천억원 대북지원 의혹 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의 규명은 있어야 한다. 다만 앞으로 새 정부가 대처하는 것을 보아가며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욱이 특검제며 국정조사 요구에 오는 22일로 예정된 대통령직인수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거부까지 들먹이는 것은 당치않다. 출범도 하지않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상궤에 심히 어긋난다.

북 핵문제를 둔 당선자측의 거듭된 대화강조를 비난하는 것도 역시 그렇다. 한나라당이 진정 이 시기를 국가안위의 중대 시기로 본다면 좋은 말로 충고하는 대안 제시로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러지 않고 힐난을 일삼는 정치공세 위주의 공격은 국론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시기에 혼란만 가중한다. 한나라당은 지금 대여 공격에 치우치기 보다는 자체 개혁에 힘써야할 때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당권경쟁, 당내 보혁갈등, 그리고 문희상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시사한 ‘자연스런 정계개편’ 등 이런저런 일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속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당내 사정을 당치않은 정치공세로 눈을 돌리려 해서는 되지도 않고 오히려 더 곤란해진다.

그보단 민주당보다 더 발빠른 자체 개혁과 구태를 버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의지를 보이는 것이 당의 충격을 완화하고 국민 앞에 다가서는 활로가 된다. 남을 힐난하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각고의 개혁정당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것이 급선무다. 한나라당은 국가운영의 막중한 동반자다. 야당으로서 이 책임을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해보이려면 지금 같아서는 안된다. 장차 새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도 당의 면모와 당의 풍토가 쇄신돼야 한다. 여기엔 뼈를 깎는 진통이 따르지만 진통을 겁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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