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방송의 보도, 교양, 오락 등 3대 기능 가운데 가장 많은 점유율을 오락 분야가 차지한다. 1일 편성대 중 60%를 육박한다. 그야말로 그렇고 그런 드라마 홍수에 시시콜콜한 토크 쇼가 사태를 이룬다. 오락프로그램의 포멧 또한 일본 텔레비전 방송의 모방 투성이다. 누구랄 것 없이 텔레비전 시청 중독에 걸렸다. 오랜 습관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방송사가 제멋대로 만들어 보여주는대로 보게 마련이다. 한동안 텔레비전 수상기를 ‘바보상자’라고 했다. 가족간의 대화마저 끊긴채 멍청하게 ‘바보상자’를 들여다 보노라면 보다가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시간의 연장이 방송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오는 3월 봄철 프로그램 개편 때부터 3시간 연장하고 1년 뒤엔 종일 방송을 허용해 달라는 지상파 방송사들 요구를 방송위가 자율화란 명목으로 허용할 움직임을 보인다. 지상파 방송시간 연장은 시청자를 위한 게 아니다. 자사 수입을 위한 광고 때문이다. 연간 조(兆) 단위의 수익을 올리면서 그래도 광고를 더 못해 안달이다. 지상파가 방송광고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이 모양이다. 지상파 방송광고료는 상상을 불허할만큼 높다. 이같은 광고료를 광고주는 생산비에 포함시키므로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다. 방송광고료를 많이 투입하는 것만큼 더 비싸게 소비자는 사 쓰게 된다.
도대체 방송시간을 연장하면 무엇을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도 그럭저럭한 드라마, 시시콜콜한 토크 쇼 등 오락 프로그램의 재탕 위주에 방송편성을 의존하고 있다. 겉으로는 공영방송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철저한 상업방송으로 치닫는 방송문화의 왜곡이 가뜩이나 심각하다. 각 텔레비전 방송사마다 광고를 의식해 기를 쓰는 시청률 경쟁은 대중문화를 우민화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시간 연장은 전파 및 전력 낭비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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