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생태박물관 건립 타당하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동물 및 조류 등의 박제품과 표피 900여점을 항온·항습이 전혀되지 않는 시청 지하창고에 방치한 것은 국제환경박람회를 개최한 하남시 답지 못한 무책임한 처사다.

시베리아산 한국호랑이, 아프리카산 불곰·은여우, 천연기념물 제323호 붉은배새매, 천연기념물 제324호 올빼미, 큰 소쩍새 등 동물과 조류 등 박제품, 표피가 3년동안이나 지하창고에 있었으니 훼손되지 않았는지 심히 우려된다. 특히 붉은배새매는 국내에선 이미 멸종됐고 세계적으로 몇백마리 정도 남아 있는 희귀조류로 국내에서 유일한 박제품이다. 이들 박제품 등은 지난 1999년 하남국제환경박람회 개최에 맞춰 국내 세관과 검찰청 등이 압수한 것을 환경부의 협조를 받아 하남시가 기증받은 것으로 시가 50억원 상당의 전량이 시의 자산으로 등록돼 있다. 하남시가 이들 박제품 등을 방치한 이유는 하남국제환경박람회가 실패한 행사로 비춰진데다 구입 절차에 대한 여론이 따가운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지만 환경부의 무관심도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하남시가 박제품 등 보전을 목적으로 망월동 236의 3 일대에 한강생태박물관 부지를 확보하고 2000년 3월 예산 13억원을 환경부에 요청했으나 구입 당시 적극 협조한 것과는 달리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당시 하남시가 추진한 생태박물관은 한강조류생태코너, 한강어류생태코너, 이이랜드전시코너, 나비표본코너 등 7개 주요 전시코너를 구성했었다.

그렇다면 한강폐천부지를 활용, 조성한 6만평 규모의 나무공원에 생태박물관을 유치하겠다는 하남시의 계획은 타당성이 있다. 박제품 등 보전만을 위한 전시관 건립은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생태박물관을 활용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국내 유명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희귀 박제품이 50여점에 불과한 실정을 비춰볼 때 하남시가 보관중인 900여점의 박제품 등은 국내 최대규모일 뿐만 아니라 자료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하남시는 생태박물관이 건립될 때 까지 박제품 등을 ‘문화의 집’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구 시청사로 이관, 전시하는 방안 등 영구보전 계획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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