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와 유행

청바지의 블루 진(blue jeans)에서 ‘진’의 어원은 이탈리아 고도(古都) 이름이다. 이탈리아어로는 제노바(genova)였던 게 영어로 제노아(genoa)라고 전해지면서 진(jeans)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청바지 천은 이탈리아 제노바란 옛도시에서 원래 천막용으로 생산됐었다. 이랬던 게 바지를 만들어 입은 것은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 골드 러시가 일어나고였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금(砂金)을 채취하려고 모여들었으나 황량한 들판에 숙소라고는 천막뿐이었다.

옷도 이내 해어져 입성도 말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누군가가 두터운 천막천을 뜯어 바지를 해 입은 게 오늘의 청바지 원조인 것이다. 천막천으로 만든 청바지는 쉽게 떨어지지 않아 서부의 금쟁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또 청바지가 허옇게 닳은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금을 오래 캤으므로 닳은 청바지는 돈많은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청바지는 앞뒤가 허옇게 닳아야 제격인 것은 이같은 원조에 기인한 유래가 내포됐다. 또 청바지를 몸에 꽉 끼게 만든것도 채금작업의 능률을 올리는데 편하게 하기 위했던 것과 연관된다.

지나치게 허리나 골반부분을 꽉 조이는 옷은 몸에 해롭다는 최근 외신이 있었다. 영국의 BBC방송은 캐나다의 의학잡지에 실린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엉덩이 뼈 아래 신경에 혼란을 일으켜 하체 부분의 지각에 이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학설대로라면 여름철에 젊은 여성들이 특히 즐겨입는 핫팬츠도 골반을 꽉끼어 몸에 좋다할 수 없다. 핫팬츠는 원래 서부시대엔 없었던 것으로 유행의 변형이지만 그렇다고 유행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유행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철의 장막으로 불리운 소련을 붕괴시킨 것도 청바지다. 당시 그들 사회 틈새에 잠입한 청바지가 마침내 널리 유행하면서 폐쇄사회의 정신적 빗장이 무너진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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