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화폐에 선조들의 영정화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1만원권에 세종대왕(1397∼1450), 5천원권에 율곡 이이(1536∼1584), 1천원권에 퇴계 이황(1501∼1570), 100원 동전에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이 등장해 있다. 화폐 영정화를 그린 작가는 김기창 이종상 이유태 장우성 화백이다. 네사람은 공통적으로 이당 김은호(1892∼1979) 화백의 문하생이다. 1975년 첫선을 보인 1천원권의 이황 영정은 이유태(1916∼1999)의 작품이다. 이 화백은 19세때 이당에게 전통기법을 익힌 뒤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에서 채색화기법을 공부했고 귀국후 이당의 화맥을 잇는 후소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다. 5천원권의 이이 영정은 서울대 박물관장 이종상씨가 30대 초반때 그렸다. 이당의 추천과 고증을 받아 젊은 나이에 영정화 작가대열에 합류했다. 1만원권의 세종대왕은 김기창(1914∼2001)이 그렸다. 100원권 동전의 이순신상은 장우성의 작품이다. 18세때 이당 문하에서 화업을 시작해 인물 영정기법을 수학했다.
우리나라 화폐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성군, 대학자, 구국의 영웅 등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화폐의 위인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1달러)에서 벤자민 프랭클린(100달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일색이다.
프랑스는 문화 애호국답게 화가, 음악가, 문인 등 인류문화에 공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20프랑 지폐에는 음악가 드뷔시, 50프랑에는 ‘어린 왕자’의 작가 생 텍쥐페리, 100프랑에는 화가 세잔과 그의 대표적인 정물화 ‘사과와과자’가 그려져 있다. 200프랑에는 에펠탑을 설계한 건축가 에펠, 최고액권인 500프랑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퀴리부부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나라에 따라 화폐에 나오는 위인의 선정 기준은 다르다.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한국은행에서 발행을 검토중인 10만원권 지폐에는 신사임당 같은 여성이나 예술인의 영정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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