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는 청남대(靑南臺)는 역대 대통령이 휴가때마다 국정운영 구상을 하던 대통령전용 휴양시설이다. 1983년 완공된 청남대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일대에 ‘숨어’있다. 옥새봉 월출봉 소위봉 작두산 등 4개의 산과 드넓은 대청호가 겹겹이 에워싼 천혜의 요새다. 거기에 바리케이드와 철조망, 1개 대대의 공수부대가 물길을 막고 경비정이 물길을 막는다. 하늘 역시 반경 4.8km 고도 3km가 비행금지구역이다.
청남대는 원래 수몰지구에서 옮겨와 조성하던 한옥 전통단지를 모조리 뒤엎고 세워졌다. 30만평 정도라고 추측할뿐 정확한 면적도 밝혀지지 않았다. 청남대가 3개의 건물과 골프장, 낚시터, 정원을 갖춘 낙원이라는 소문도 ‘설’뿐이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경치에 반해 지시했다는 설도 있고 모 지역 국회의원이 아부용으로 바친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청남대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개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전임 대통령도 개방하겠다는 공약을 했었지만 당선된 후엔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청남대를 개방하고 희망의 다리와 분수대를 설치한다고 해놓고 고작 청남대 정문을 4km 뒤로 물린 데 그쳤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나마도 안했다.
청남대로 인해 각종 규제와 지역경제 황폐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은 청남대를 국제컨벤션 센터로 활용하거나 행정수도 이전에 맞춰 대통령 집무실로 꾸미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1년에 고작 1주일정도 묵는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수백명의 군인이 배치되고 1만여명의 생존권이 희생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청남대 개방’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전임 대통령들보다 더 위신이 추락된다. 노 당선자의 현명한 결정이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