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씨 수기

유명 정치인의 자녀로 사춘기를 보내면서 겪었던 가족생활, 학교생활 등 주변 얘기가 담담하게 그려졌다. ‘이인제 의원님! 우리 아빠 맞아?’ (서울·느낌이 있는책 출판)는 이 의원 맏딸 이명주씨(24)가 근래 252쪽 분량으로 쓴 대화 형식의 수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안양 선거구에서의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노동부 장관, 민선 경기도지사, 국민신당 대통령 후보에 이어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저자가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는 동안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치른 애환의 체험담이 담겼다. ‘아빠는 정치인, 엄마는 원더우먼, 나는 가정부’ 등 네마당으로 구성된 수기에서 그녀는 여느 학생과 다름이 없는 자신을 누구의 딸로 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1997년 대선 땐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어느 텔레비전 대담에서 패널의 자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부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느냐’는 전화 문의가 학교로 빗발쳐 학교 전화가 한동안 마비되는 바람에 선생님들께 민망했다고 했다. 심지어는 학생들 간에 ‘너의 집 수도꼭지는 금수도꼭지란데 맞느냐?’는 등 가당치 않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세간의 정치 불신으로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는 것을 들을 땐 아버지가 가여웠다고 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는 정치학 강의 시간에 교수가 ‘이인제’실명을 들어가며 딸이 있는 줄 모르고 인신공격을 해대어 나중에 개인적으로 찾아가 항의했다는 일화가 소개됐다. 그녀가 마지못해 가진 인터뷰 기사에서 하지도 않은 말이 나오는 과장 보도가 있었다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의 일면도 보였다.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마음 상한 일이 많았지만, 그런 가운데도 가정에선 자상한 아빠로 보람과 긍지를 갖는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은 장차 보통남자와 결혼해 현모양처가 되는 게 소원이라고 소박한 여성의 꿈을 밝혔다. 정치인 자녀가 정치인 아버지를 소재로 펴낸 수기는 이명주씨가 처음인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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