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의 전제와 조건

지방분권의 전제와 조건

지방분권 강화와 함께 자치단체의 파산 선언도 도입될 전망이다. 예컨대 중앙정부가 지닌 지방채권 발행 권한을 자치단체에 넘겨주는 대신 중앙이 지급보증을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재정 운용을 잘못해 재정이 파탄되거나 지방채권을 시한내에 변제하지 못하면 외국의 사례와 같이 파산 선언이 가능해진다. 지방분권 강화는 이밖에도 조직, 인사, 예산, 감사 기능 역시 최대한 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자치단체는 공공단체다. 공공단체가 살림을 잘못살아 존립 기반이 흔들리면 파산을 당하는 것은 책임에 속한다. 자치행정은 곧 책임인데도 재정 운용에 비교적 책임감이 둔감했던 것은 사실이다. 자치단체가 기구편성을 어떻게 하고 무슨 부서를 두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치단체가 알아서 해야할 일이다. 인사도 그렇고 예산편성 역시 자율화가 보장돼야 한다. 감사 기능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게 자치단체의 자기 살림살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정부의 간섭이 배제될 수 없는 것은 교부금 등 국비지원이지만 이 역시 국세 및 지방세의 불균형을 시정, 일본 등 지방자치 선진국처럼 자치단체의 지방세 우위로 세제 개편을 이루는 근원적 시정이 요구된다. 현행 지방자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선하는 외형만 갖추었을뿐 지방행정의 내실은 자치행정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전국의 지방행정이 획일화하는 자치행정은 원래 있을 수가 없다. 자치행정은 자치단체마다 각기 다른 다양성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자치행정은 또 경쟁이다. 이런 다양성과 경쟁 속에서 자치단체끼리 지역사회 발전, 지역주민 복리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를 부단히 비교 연구해가는 지방행정이 참다운 지방자치다.

앞으로 개선되는 지방분권 강화는 바로 이같은 지방자치의 창의성과 책임성이 담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제 국내 지방자치도 시험단계는 거쳤다. 물론 지방분권에 부응하는 자치역량의 배양은 꾸준히 있어야 하겠지만, 전처럼 믿을 수가 없어 권한을 이양하기 어렵다는 구실은 성립될 수 없다. 중앙정부는 국가 발전의 정책 방향에 주로 골몰할 줄 아는 국가 기구다운 중앙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갖가지 지방 소관마저 권한을 계속 거머쥐려 해서는 안된다. 명실공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원화 체계가 되는 지방분권이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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