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에서 국가 최고의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무척 신선하다. 무궁화대훈장 증정은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관례적으로 있어 왔다. 이런데도 노 당선자가 고사한 것은 일종의 기득권 포기다. 또 굳이 받아야 한다면 퇴임할 때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받겠다는 것은 평가에 의해 훈장을 받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당선자가 표방하는 개혁의 정치개혁, 경제개혁, 행정개혁, 사회개혁, 문화개혁 등은 기득권 포기를 의미한다. 능률성과 효과성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은 낡은 틀을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낡은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혁은 개혁의 주체 세력부터 스스로가 개혁의 객체가 되는 자기개혁을 먼저 해보여야 설득력과 공감대를 갖는다. 당선자는 이미 이같은 면모를 보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력구조를 지켜 스스로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고자 하는 것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이밖에도 많은 각 분야의 개혁 방향에서도 당선자의 그같은 생각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당선자의 초심이 과연 재임 5년동안 끝까지 훼절되지 않고 일관할 수 있을 것인가엔 세간의 의구심이 전혀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퇴임할 때 그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에서 훈장을 받겠다”는 것은 바로 그같은 일말의 의구심을 떨쳐 보이려는 의지로 관측된다. 개혁이 탄력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질이 없어야 한다. 당선자의 개혁정신에 굴절됨이 없는 일관성으로 진정 국민적 평가를 받는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당선자 말대로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증정받는 새로운 전통”속에 장차 퇴임 대통령이 평가받는 관행이 성숙되기를 희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당선자뿐만이 아닌 주변의 각고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 시기의 권력자로 아는 오만은 당선자에게 아무 도움이 안된다. 한 시기의 소명의식으로 아는 책임과 긍지로 당선자를 보필해야만이 비로소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