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연설의 북핵 언급

부시 미국대통령이 어제 양원합동회의서 행한 새해 국정연설 가운데 북 핵문제에 언급한 그의 인식은 평화적 사태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부시는 약 1시간에 걸친 연설에서 북의 핵 현안엔 3~4분 정도 할애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원점 수위의 강경방침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설의 많은 시간을 이라크 개전 결의로 충당한 그는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측을 싸잡아 무법정권으로 지칭했다. 지난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그가 말한 핵 등 대량 살상무기의 위험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핵 위협을 행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북측을 두둔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해결방법이다. 물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지역내 이해 당사국들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또 협력하고 있다. 평화적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을 굴복으로 보는 부시의 패권주의 관념은 오히려 문제해결을 꼬이게 만들 수가 있다.

더욱이 부시는 직접 북의 체제를 비난하고 간접으로는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듯한 자국내 부시 대변의 일부 목소리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이래서는 서로 불신만 높아진다.

부시가 독일과 프랑스 등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것인지는 그의 선택이긴 하다. 그러나 한반도를 이라크와 동일시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는 부시에겐 자존심의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우리에겐 사활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부시의 북 핵문제 언급은 이해 당사국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상이 지나치게 짙게 깔렸다.

우리 정부는 기존의 남북 채널을 통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약 한·미간의 공조가 부시의 잣대로만 기준이 재어진다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의 협조도 의미가 없어 간과하기가 심히 어렵다. 우리는 북의 핵무기 포기를 거듭 강력히 촉구하면서 아울러 부시행정부 또한 좀더 유연한 탄력성이 있기를 엄중히 요구한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문제 외의 일을 두고 상대를 자극하거나 막말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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