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민간인들이 휴전선 철조망을 넘어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하는 남북도로를 이용,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를 마쳤다. 판문점을 거치지 않고 다른 지역의 도로를 통해 남북을 왕래하는 것은 1953년 휴전협정 발효 이후 처음이다. 참으로 감회가 깊다.
그동안 최고위 당국자들의 밀지를 안은 남북 고위인사들의 간헐적 왕래가 이 길을 통해 이뤄졌고 소떼 방북행렬도 이곳을 지났지만 민간인들의 일상적 활용을 위한 길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박2일 일정으로 금강산 육로관광 답사일정에 들어간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김윤규 사장 등 임직원과 사업관계자 100여명은 5일 오후 2시경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설치된 임시 출입국 관리시설(CIQ)을 출발, DMZ 내 임시 연결도로를 통해 금강산에 도착했다.
50년간 막혀 있던 금강산 길이 고작 버스편으로 40분 거리라니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이 재삼 원망스럽다. 하지만 도로 답사에 이어 다음 주 시범관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하나 둘 깊이 뚫리고 그 길을 따라 오가는 발길이 잦아지다보면 철벽같은, 그리고 빙벽 같은 분단의 장벽도 마침내는 허물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문제는 앞으로 육로관광이 본격화될 때 또 어떤 문제가 돌출될지 예상키 어려운 점이다. 군사분계선 통과 절차를 밟는 데만 해도 사업자인 현대아산을 비롯해 정부, 유엔군 사령부, 북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간섭 또한 무시못할 요소이다. 이것들은 금강산 관광사업 뿐만 아니라 남북공동사업인 경의선 철도 연결, 개성공단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끊임 없이 제기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한 내부의 갈등과 반목이다.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공개거부’와 이에 맞선 야당의 진실고백과 대국민 사과, 특검제 도입 논란 등을 하루 빨리 끝내야 하는 것이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개통된 금강산관광 육로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쟁으로 다시 가로 막힌다면 과연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이번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남북교류사업은 정체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국익이 심히 손상되는 불협화음을 하루 빨리 대화로 풀어 나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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