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서민층의 고통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지만 일부 부유층의 호화생활과 사치품 소비는 자본주의를 맘껏 향유하고 있다. 아랍권 산유국 갑부 못지 않은 호화사치가 극치를 이루는 곳은 ‘강남공화국’으로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 일대다. 상류·부유층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클럽형 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이 곳은 해외 명품 숍을 비롯해 파티장과 퓨전찜질방, 미용과 관련된 최상의 서비스시설을 입점시켜 부유층을 끌어 들인다.
신사동의 모클럽은 5층 짜리 건물로 한번의 방문으로 엔간한 서비스는 이곳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하도록 최고 수준의 편의 및 유흥시설을 갖췄다. 피부미용업소 1회 이용료가 60만원이나 된다. 파티장 비용은 50여명이 참석할 경우, 2천만원대를 지불한다. 대실료만 4시간 기준으로 300만원, 병당 20만∼30만원의 샴페인, 1인당 20만원 정도의 식사가 나온다. 통상 15만∼20만원 가량의 참가비를 내고 초청받은 사람들은 전문직 종사자, 정치인 또는 보좌관, 사업가, 재벌 3세 등이다. 이들은 보통사람들과의 접촉을 싫어해서 비슷한 부류들끼리만 어울린다고 한다.
비만치료 및 노화방지, 미용 교정 등을 위한 의료·미용시설로 가득찬 상류층 전용시설도 있다.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의 피부미용팀과 제휴한 한·불퓨전형태의 찜질방은 회원권이 1천만원이다. 이른바 ‘新귀족’들의 비밀공간이다.
부유층의 과시는 고등학교 졸업선물에서도 나타난다. 고교를 졸업하는 자녀에게 100만 ~ 300만원을 호가하는 태그호이어, 세이코 시계와 30만 ~ 70만원대의 프라다와 커셀 등 외제 선글라스를 선물한다. 카메라가 정착된 60만 ~ 70만원대 핸드폰은 이미 부유층의 중·고교 졸업 선물로 보편화된 실정이고 , 남녀 정장 선물도 국내 상품보다 훨씬 비싼 외제 정장과 수입 화장품이다. 심지어 스포츠카나 골프채를 졸업 선물로 주는, 그래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내 돈 내가 쓴다고는 하지만 정말 저렇게 돈을 함부로 쓰며 살아도 되나 싶어 돈 많은 사람들이 되레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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