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부(早春賦)

봄은 대기의 기운에서 느껴진다. 봄은 대지의 기운에서 느껴진다. 봄은 하늘, 그리고 땅속에서 내려오고 움튼다. 녹아가는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만물을 촉촉히 적시는 우수의 빗소리가 봄을 실어 전한다. 얼어붙었던 땅김이 녹아 솟으면서 삼라만상이 회생하는 봄, 봄은 그래서 해마다 맞지만 맞이할 때마다 새삼 새롭다.

웬지 가슴 설레이는 것은 희망이다. 새로운 기대다. 희망과 기대는 지난 날에 못다한 새로운 다짐이며, 새로운 설계다. 조만간 언덕엔 아지랑이 일면서 벌거 벗었던 맨땅에 파릇파릇 풀이 돋아나고, 더 지나면 가로수 또한 떡잎으로 앙상한 가지를 푸르게 장식한다. 생명의 힘이다. 생명의 힘은 신비로울만큼 위대하다. 대자연의 섭리는 이처럼 한치의 어긋남이 없고 또 영원하다.

결빙 속을 파고 드는 봄은 얼어 붙었던 인간의 마음을 녹인다. 마음의 겨울, 닫혔던 마음의 창을 열게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우매했던 가를 일깨운다. 마음의 창을 좀 더 활짝 열어본다. 그럴 수록이 가슴 깊이 적셔오는 봄 기운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아! 이런 것을, 왜 그토록 어리석은 생각에만 사로 잡혔을까, 왜 눈은 그처럼 크게 뜰 줄 몰랐을까하는 상념에 부끄럽긴해도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한가. 억 겁을 이어오고 이어갈 봄가운데 맞는 이 봄을 다시 맞이하기에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연륜 중 기껏 한해에 머무르는 시간의 개념이다. 이처럼 소중한 새봄을 맞이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여 너무 교만하지 말자. 조금은 겸손하자. 그리고 좀 더 멀리 보자. 그러기 위하여 가슴을 열고 봄을 맞이하자. 하늘에서 땅에서 전해주는 이른 봄의 전령, 대자연의 선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섭리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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