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강성 기류 확산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시 미국 행정부는 온건파마저 후퇴, 강경파 일색으로 치닫고 있다. “어떠한 선택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부시의 군사력 시사, 그리고 “무력 사용을 포함한 어떤 정책도 선택할 수 있다”는 파월 미 국무부장관 등의 발언은 사태해결에 유익하지 않다.
그동안 북 핵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평화적으로 또는 외교적 해결을 단서로 붙여온 것과는 달리 군사력을 들먹이는 게 북을 압박하는 수단이라 할지라도 이래서는 대화의 길이 더욱 막힌다.
‘북은 사다리를 높이 올라가서 한칸씩 내려올 때마다 보상을 요구하지만 나쁜 행위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시의 입장을 대변한 울포위츠 미 국무부 부장관의 설명이다. 일리있는 말이긴 하나 북으로 하여금 사다리를 높이 올라가게 만들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케 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킨 것 역시 부시의 강경책이다. 부시는 좀 더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이라크 문제만 해도 최근 미 행정부가 전쟁에 반대하는 프랑스, 독일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싸잡아 험구로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의회나 전직 중요관리 등 전문가들 사이에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적잖다. 상원의원 일부는 시기를 더 놓치지 않는 대화 촉구를 권고하고,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행정부에 조언을 해도 듣지를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북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는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더 절박하다. 해법 역시 우리가 미국보다 더 잘 안다. 이럼에도 부시의 자의적 잣대만 고집하는 것은 심히 당치않다. 우리는 비록 경고의 의미라 해도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지지할 수 없다. 북의 선제 공격설 역시 민족 자조에 적절치 않다. 우리는 어떤 형태의 전쟁이든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이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
북 핵문제의 발단이 어떻든 간에 이제와서 중요한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핵 재처리시설 가동을 통해 핵 개발로 나가는 빌미를 주어서도 안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일 열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특별이사회에서 핵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 끌고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의 유연성 전환이 평화적 해결의 첩경이며, 한·미공조의 절대적 강화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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