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花鬪)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서 건너왔다. 그 이전에는 투전은 있었어도 화투는 없었다. 일본에는 또 명치 때에 포르투갈에서 화투가 전래됐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화투 놀음으로 고스톱이 시작되면서 화투는 열병처럼 번졌다. 외국 공항에서도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고스톱치는 사람은 굳이 묻지 않아도 한국인으로 알만큼 아무데서나 정신없이 즐긴다.
고스톱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떻든 간에 아마 고스톱 칠 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심지어는 일부 신문에서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등 빗대는 표의제목으로 달기도 한다. 이런 신문 제목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의문이나 어떻든 그만큼 보편화된 건 사실이다.
예전에 ‘전두환 고스톱’이란 게 있었다. 신군부가 집권한 뒤였다. 특정한 패를 쥔 사람이 상대가 이미 가져간 패가운데 자기가 필요한 것을 마구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 이른바 ‘전두환 고스톱’이었다. 이도 시류를 타는 건지 한참 성행하다가 어느덧 사라졌다. 고스톱도 룰이 해마다 발전하여 여간 복잡하지 않은 게 자칫 정신을 잘못 차렸다가는 낭패 보기가 십상인 모양이다.
요즘엔 또 ‘노무현 고스톱’이 나와 세간의 화제를 모은다. 미리 약속한 금액을 각기 따로 내어 묻어 두었다가 돼지 홍싸리를 거머쥐는 사람이 묻어둔 금액을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래서 쓸모없게 여겼던 돼지 홍싸리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해서 많이 불로소득을 본 사람은 돈을 많이 잃은 사람에게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것이 또한 룰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재분배의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는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차기 대통령의 비전을 본 뜬 것으로 보인다. 차기정부의 균형있는 성장과 함께 분배정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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