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의 변화를 평가한다

정치 개혁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정치의 본산인 국회 운영은 이 점에서 마땅히 변화 요구의 대상이었다. 엊그제부터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은 이의 시금석이다. 국회법 개정에 따라 포괄적 질의, 포괄적 답변을 탈피해 의정사상 처음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대정부 질문과 답변은 그래서 주목됐다.

미숙한 점도 있고 미흡한 점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국회 파행이 예방된 것은 비교적 강점이다. 전같으면 몇차례 정회 소동이 있었을 법한 대북송금 질의 답변이 차분히 진행됐다. 부질없는 정치공세, 장황한 한풀이 연설의 폐단도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시간 제한 없이 무작정 끄는 거친 질의에 야유와 고성이 난무하기 일쑤이던 꼴불견 추방이 기대된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의사일정의 질의 주제를 일탈한 엉뚱한 질문을 하고, 국무위원이 서면답변이나 알아보겠고 하는 회피성 답변이 있었던 것은 일문일답식 진행의 본의에 반한다.

요컨대 문제는 질의하는 국회의원이나 답변하는 국무위원이나 다같이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다. 이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나 국무위원이 소관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평소는 물론이고 대정부 질의 및 답변에 임하여 공부를 더욱 충실히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일문일답 진행 방식에도 물론 단점은 있다. 보충질의를 못하고, 또 질의 답변 시간을 20분으로 제한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원활한 의사일정의 진행을 위해 불가피한 이같은 조치는 앞으로 연구해가며 시정하면 되는 일이다. 보다 더 절실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의식이다. 더는 공부하지 않고 멱살잡이 등만 잘하면 국회의원 노릇하는 잘못된 풍토가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선진 외국의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소속 상임위의 소관 국정엔 부단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래야 국무위원들의 회피성 답변을 날카롭게 추궁하고 정부를 압도하는 정책 대안 제시의 실력을 쌓을 수가 있다. 사흘째 마지막 대정부 질의를 벌이는 오늘의 국회에서도 이상 밝힌 주문이 충족할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에 있다. 이번 국회의 첫 경험을 토대로 국회의원들이 심기일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배양을 기대하고자 한다.

“불필요한 정쟁을 방지하고 국정 논의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고 일문일답식 변화의 배경을 설명한 박관용 국회의장의 다짐은 의미가 있다. 이제부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수 있는 대정부 질의 응답이 되는 노력이 있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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