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우먼 이모씨 남편인 손모씨가 부인을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린 폭행사건 이후 가정 폭력이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중상을 입은 이씨 외에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파트 3층서 뛰어내린 주부가 숨지고 심지어는 아내를 죽인 남편도 있었다.
1998년부터 가정폭력범죄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가정폭력은 1999년 4만1천497건, 2000년 7만5천723건, 2001년 11만4천612건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여성부의 상담창구에 비친 집계여서 실제로 일어난 가정폭력은 몇배 더 할것으로 보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도 있고 ‘부부도 돌아서면 남남’이란 말도 있다. 가정폭력에 제3자 개입, 심지어 경찰도 개입을 꺼리는 연유가 두 속담처럼 상반된 괴리에 기인한다. 가만 놔두면 한 때의 가정불화로 좋게 수습될 일을 두고 자칫 잘못 개입하다가는 파경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처리로 이어진 사건은 상담건수의 고작 2%도 안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폭력의 어려움은 이처럼 고소 및 고발을 할 수도 없고 안할수도 없는 갈등에 있다. 남편의 폭력을 참고 살아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한번 고소하고 나면 파경으로 이어지는 처벌을 함부로 행사할 수도 없는 것이 가정폭력이다. 문제는 남편 쪽에 있다. 흔히 가부장제도의 붕괴현상으로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부장제도가 살아있던 봉건사회에서도 폭력을 금기로 삼았다. 아내에 대한 주먹다짐은 불한당 같은 천민이나 하는 막된 짓으로 인식됐다. 남존여비 시절에도 그랬다.
오늘날 여성의 사회참여 폭이 확대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 또한 높이 확산되고 있다. 하물며 가정의 부부간에 아내는 남편의 지배 대상일 수 없다. 어디까지나 협력관계의 동반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완력의 우월을 앞세워 아내를 때린다는 것은 남자로써 차마 해선 안되는 비겁한 행위다. 또 상습범화 한다. 아내를 힘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여기면 착각이다. 자녀들에게도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행위다. 가정폭력 역시 사회적 폭력이다. 부부싸움에도 한계와 룰이 있다. 법에 앞서 남성들의 자각으로 가정폭력이 추방되는 사회가 이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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