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국적불명이라고 하지만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로마시대의 사제였던 밸런타인이 처형당한 날이 2월14일이었다는 설이다. 3세기경 로마에서는 황제의 허락이 있어야 젊은이들이 결혼할 수 있었는데 당시 밸런타인이 몰래 젊은이들을 결혼시켜 주었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처형당했다고 한다. 이 날을 추모해 애인들 사이에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 받는 풍습이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로마의 이교도 축제인 루페르칼리아에서 기원했다는 설이다. 이 축제는 도시의 젊은 여자들이 큰 항아리에 자기 이름을 적어 넣고 남자들이 항아리에서 이름표를 고르는 짝짓기 행사로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 이 축제를 비기독교적이라고 생각한 교황이 서기 498년에 2월14일을 성(聖) 밸런타인데이로 바꿔 남녀간에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477년 2월14일 영국의 한 시골 처녀가 짝사랑하는 젊은 청년에게 구애의 편지를 보내 결혼에 성공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런던의 국립우편박물관에는 부르스라는 이름의 이 처녀가 보낸 구애 편지가 전시돼 있다고 한다.
넷째는 새들이 짝을 지을 때 상대를 고르는 날이 2월 14일이라는 영국과 프랑스인들의 오랜 믿음에서 기원했다는 설이다.
밸런타인데이가 영국과 미국에서 보편화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부터 였는데 한국에까지 상륙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달콤한 사랑을 상징하는 초콜릿이 유행하게 된 것은 1958년 일본의 한 초콜릿 회사의 상술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밸런타인데이가 최근 ‘바가지데이’로 변질됐다. 수제 초콜릿 한 개에 비싼 것은 1만원 이상이며 박스포장만도 4만∼5만원이다. 10만원을 호가하는 초콜릿도 있다. 심지어 몸에 바르는 선정적인 초콜릿까지 등장했다. 애인의 몸에 바른 후 빨아 먹도록 만들어져 있고 바를 때 사용하라고 붓까지 함께 판매한다. 하필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정월 대보름과 겹쳐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이 적잖게 외면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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