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아직도 후진성 면치 못한 예약문화

우리나라의 예약문화는 그야말로 낯부끄럽다.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예약부도를 내는 경우는 항공기, 병원, 철도, 음식점 등 그야말로 부지기수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사회에 만연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약문화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운운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처럼 예약부도율이 높다보니 업주나 사업자들로서는 손실을 막기 위해 초과 예약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예약자들이 대거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환불을 해주는 등 큰 혼란이 야기되는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예약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 얼마인가. 관공서에 신청한 민원서류를 버려야 하는 작은 손실에서부터 음식점, 예식장, 항공기 등 빈 좌석으로 인한 손실 등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일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잘못된 예약문화에 길들여지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낙오될 수밖에 없다. 선진 외국의 경우 모든 것이 예약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페라 공연을 비롯한 주요 공연장 티켓도 1년여 전에 매진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관공서나 회사의 주요 간부들의 월별 계획도 몇개월 전에 세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처럼 아무 때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람을 만나려 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선진외국의 예약문화가 발달한 것은 예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약자에 대해서는 요금을 할인해 주거나 좋은 좌석을 배정하는 등의 혜택이 뒤따른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예약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없는데다 예약 불이행이 따른 제재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약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란 인식이 국민 대다수에 뿌리깊게 자리잡게 되었다.

예약문화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일부 특권층의 청탁을 과감히 없애고 대신 예약자에 대한 우대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사전에 취소하지 않은 ‘예약부도’에 대해서도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약은 필요한 것’이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남태학·시흥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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