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흔적 지우기

중국의 요동반도까지 지배한 고구려 역사는 민족의 긍지다. 만일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우리 민족의 진운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구리 아차산에서 1천500여점의 고구려 유물이 발굴된 것은 무척 뜻깊다. ‘고구려 테마공원’으로 조성할 만한 것 역시 민족의 웅지와 비상의 상징성이 있다고 보아진다.

전임 시장의 이런 노력이 현임 시장에 의해 백지화 됐다고 한다. 교문중~토평지구 2km 도로구간의 명칭도 전임 시장시절의 ‘광개토대로’에서 ‘장자못대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현임 시장의 의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구려 도시 이미지 사업은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단정이 과연 객관성을 갖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직선 이후 가장 두드러진 폐단 중 하나가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다. 전임자가 벌인 역점사업은 객관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단순히 전임의 것이라는 주관적 이유만으로 무조건 거부되고 있는 경향이 짙다. 현임 시장에 의한 구리시의 고구려 흔적 지우기도 이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여 심히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자치행정은 단체장 사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치행정은 또 지속성을 요구한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자치행정이 달라져서는 지역주민 복지증진, 지역사회 발전지속이 있을 수가 없다. 영원한 현임은 없다. 현임 시장도 언젠가는 전임 시장이 된다. 현임 단체장이 전임 단체장을 부인하면 그 역시 전임 단체장이 될 때 후임 단체장에 의해 자신도 부인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임자를 존중하지 않는 풍토에선 현임자도 존중받지 못한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는 치기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보단 잘못된 현임자의 이런 그릇된 풍토부터 지워지기를 참다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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