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한 사람의 광기가 빚은 대참사, 200여명의 사망자와 150여명의 부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시신조차 구분할 수 없을만큼 뒤엉킨 시커먼 떼주검의 현장은 지옥이 따로 없는 아수라장의 생지옥이다.

‘엄마!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다가 교신이 끊겼다는 어린 소녀의 마지막 핸드폰 통화가 가슴을 저민다. 세계 지하철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될 비극이다.

날벼락같은 화마로 억울하게 숨진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응분의 대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책 수립이다.

선진형 지하철 시설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일본이 1968년부터 전동차에 가연성 내장재 사용을 일절 배제하고 사린가스 사건 이후 지하철망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를 구축한 것은 우리 역시 도입이 절박하다.

승객이 비상벨을 누르면 전동차가 급정거 하면서 자동문이 절로 열리는 시설 장치도 시급하다. 정전으로 비상등이 꺼져 우왕좌왕하는 일도 없도록해야 한다.

이 모든 것 등은 이번에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면 인명피해를 보다 훨씬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아주 긴요하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다. 안전과 인명이 더 소중하다. 참상의 기억을 잊어서도 안되고 희석되어서도 안된다. 무책임이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의 개연성이 다른 지하철에도 상존하는데 문제가 크다. 권장돼야 할 대중교통수단이 위협받는 것은 사회 혼란이다. 대중교통수단의 안전보장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이밖의 다중 집합시설 역시 화재 등 재해에 속수무책인 곳이 숱하게 많다. 안전문제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원적 다각적 중·장기 대책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

대구 지하철 화재는 불길이 터널바람을 타고 급속으로 확산됐다. 칠흑속 유독성 연기를 뚫고 자신의 산소 호흡기를 실신자에게 대주는 등 목숨 건 소방관들의 구조활동이 있었다.

역무원 3명은 한 사람의 승객이라도 더 구하려고 현장에 뛰어들어 활동하다가 모두 순직했다.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대형 사고가 없도록 방지해야 하는 것은 당국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면서 부상자들이 하루 빨리 쾌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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