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력?

새 정부 청와대 1,2급 비서관 37명 중 1970∼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투옥 경력자만도 10명에 이른다. 내정된 31명의 비서관 중 중앙부처 출신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만 보면 가히 ‘무혈혁명에 가까운 인사’다. 31명 비서관의 평균 나이는 44.5세다. 운동권이 ‘득세’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운동권의 진출은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다. 현기영(玄基榮)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 문화예술계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에 임명된 것을 보고 하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 출범에 따라 문화예술계에도 큰 지형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첫번째 중요 직책 인선이어서 그렇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으로 양분돼 온 ‘문화권력(?)’의 ‘정권교체’를 예고하는 ‘상징적’사건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교감이 많은 문화연대집행위원장 강내희 중앙대 교수가 지난 1월 16일 차기정부의 문화정책과 관련한 세미나에서 이미 민예총의 약진을 예고했다. “새 정부에서는 예총 같은 기득권을 누린 단체들은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 같은 진보개혁 세력이 대거 전진 배치돼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노무현 당선자의 후보시절 문화특보를 지낸 사람도 이기택 전 민예총 사무총장이다. 이기택씨는 대통령직인수위원중 한 사람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예총과 민예총이 규모에 맞게 적절히 안배됐는데 이제 민예총으로 실권이 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는 예총 관계자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예술은 정치가 아니다. 권력도 아니다. 예술 정책에 독점은 없다. 공유가 상식이다. 현기영 원장이 “문예진흥원은 그동안 관료적으로 비치고 운영이 보수적이었다”면서도 “내가 개혁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복적’이지는 않으며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을 것”이라는 말도 그런 뜻이다. 예총이나 민예총이나 한국문예진흥원을 혹시 권력기관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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