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신 필요한 모방범죄 방어

대구지하철 방화범이 경찰에서 “자살을 결심했으나 많은 사람과 함께 죽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혼자 죽기 억울해 범행했다는 방화범의 이 말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우발·충동·증오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사건의 방화범은 개인의 불만을 ‘사회에 대한 대규모 무차별 보복’으로 표출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지난 2001년 한해동안 국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킨 각종 형사사건이 1천447건이라는 사실도 놀라웁다. 문제는 이같은 범죄가 점차 특정 개인 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엊그제 수원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방화 미수 사건만 해도 그렇다.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다른 손님과 싸움을 벌여 퇴장 당한 것에 불만을 품은 남자가 곧 바로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8ℓ 한통을 구입, 나이트클럽 입구 1층에서 3층까지 뿌리고 1회용 라이터를 켰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만일 나이트클럽 종업원이 발견을 못했거나 저지에 실패했다면 또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것 아닌가.

서울 도시철도공사 종합사무실에 종로쪽 지하철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는가 하면 아주대병원, 경마장 등에도 폭발 협박이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어린이 선교원에서 한 정신병자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0여명의 원아들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고, 12월에는 서울 방학동 지하철 1호선 앞에서 30대 정신 이상자가 시민 2명을 흉기로 찔러 경찰에 체포됐다.

요즘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돼 극장, 나이트클럽 등 출입을 금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비던 지하철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지금 경찰이 모방범죄에 대비, 지하철역 등 다중집합장소에서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경찰력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

수원 나이트클럽 방화를 저지한 사재홍씨의 경우처럼 공공을 위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대구지하철에서도 범인의 방화 직전 행위를 처음 목격했던 시민이 보다 강력하게 저지했다면 그 많은 시민들의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불특정 다수에게 가해지는 각종 돌발 사고 방지에 의로운 시민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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